
“인류 유산을 지키는 자, 그 이름 김진용”
문화부 박혜린 기자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치열한 투쟁 중 하나는 문화유산의 생존을 위한 싸움이다. 그 전선의 한복판에, 세계 최초로 ’Heritagist(헤리티지스트)’라는 신직업군의 이름을 부여받은 한 한국인이 있다. 그는 박물관 큐레이터도, 고고학자도, 컬렉터도 아니다. 그러나 이 이름 하나가 지금 세계 유물 보존의 정의와 경계를 흔들고 있다.
김진용. 경호·안전업계의 한 평범한 실무자로 출발한 그는 지금, 루브르 박물관 출신 유럽 전문가들 사이에서 ‘역사를 지켜낸 자’로 회자된다. ‘헤리티지스트’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이다. Heritage(문화유산)에 ‘지킴이’라는 전문직의 정체성을 부여한 조어(造語)다. 플로리스트, 믹솔로지스트처럼 단순한 기술이 아닌 ‘가치 창조형 직업’으로 분류된다.
“전문가 행세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진짜 도움이 되고 싶었다.”
김진용 글로벌시큐리티그룹 의장은 처음부터 유물 전문가였던 건 아니다. 국내외 VIP 신변보호를 포함한 국제 박람회 경호 안전업무와 박물관 보안 경비, 리스크관리 업무를 오랜 기간 맡아오던 그는,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고객들을 돕기 시작하면서 유물의 세계로 들어섰다.
고객 중에는 소장품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려는 이들도 있었고, 진위여부를 둘러싼 분쟁에 휘말린 경우도 많았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단순히 ‘돕는다’는 개념이었는데, 내가 잘 모르니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자격 없는 브로커로 보이기 싫어 수천 권의 서적을 탐독하고, 수많은 사기꾼과 진짜 장인의 세계를 분별해내며, 현장 중심의 경험을 축적했다.
민간에서 국가 인증까지…
그가 설립과 공동운영에 참여한 민간 박물관과 고미술 관련 기관은 여럿이지만, 그 노력의 정점은 ‘동북아역사문물연구원’의 2대 원장 취임이다. 이 기관은 문화재청·국회·검찰·국제감정기관과도 협력하는 국내 유일의 민간유물 감정기관으로, 김 원장의 이름은 ‘사설’과 ‘공신력’ 사이의 장벽을 허문 인물로 기록된다.
그는 한국은 물론 중국, 몽골, 중동, 유럽 각지의 유물을 보호하고 인증하며, 때론 유물 소유자와 국가 간의 외교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용병과 유물은 다르지 않다’는 철학을 갖게 된다. 생명을 걸고 지키는 가치의 본질은 같다는 것이다.
새로운 직업의 정의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출신의 한 큐레이터는 그를 두고 “당신으로 인해 인류사에 새로운 직업명이 생겼다”며 ‘Heritagist’란 명칭을 세계 박물관 포럼에서 처음 언급했다. 전통을 지키고 역사적 정의를 재조명하며,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이 새로운 역할은, 고정된 학문적 울타리 안에선 탄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김진용은 학계 밖에서 스스로의 무게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한 사람’이다. 그는 국가가 놓친 유산을 지켜내는 가교자(bridge-builder)이자, 때로는 외교적 중재자, 나아가 역사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산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책임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여전히 “현장에서 배운 늦깎이”라 말하지만, 세계는 이제 그를 ‘Heritagist’라 부른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유산을 지키는 사람’의 이름이 이제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역사에 남고 있다.
[편집자주]
유네스코와 세계 주요국가 기관들은 ‘Heritagist’를 민간문화유산 보호 및 인증 자문 분야의 공식 직군으로 채택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문화유산 보호가 곧 국가브랜드 가치의 척도인 시대, 우리는 지금 새로운 ‘직업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
